한국어 교육의 다양한 접근법
한국어 교사는 외국인 학습자들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학습할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교사 스스로 가치관을 확실하게 정립하고 새로운 교수 방법을 늘 시도해 보고 결과를 분석하는 탐구정신도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접근법 외에 추가적인 교수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암시 교수법
불가리아의 교육학자인 Georgi Lozanov가 발전시킨 교수법이다. 인간의 무의식적인 영향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인데 이러한 영향들을 활용해서 학습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하고 있다. 암시적 교수법은 교실을 꾸민다든지, 음악, 가구, 권위 있는 교사의 행동 등을 활용한다. 구체적인 수업 절차를 살펴보면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학생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토론을 하는 "해설의 단계"이다. 이미 학습한 문법, 어휘를 바탕으로 질문과 응답을 하는 Q&A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2단계는 자료를 중심으로 하는 토론이다. 교사가 음악을 틀어놓고 교재를 읽어준다. 학습자는 텍스트 자료와 함께 이를 듣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바로크 음악을 배경으로 교사가 교재를 낭독하고 학습자는 편하게 듣기만 하면 된다. 3단계는 학습자의 언어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한 연습이 행해진다. 게임이나 역할극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의사소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암시 교수법은 편안한 주변 환경을 조성해서 학습자들의 긴장을 최대한 완화해 준다. 긴장이 완화되면 학습자들이 자료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습자의 심리상태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학습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수법이다. 반면, 무의식 상태에서 학습 능력이 진짜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이러한 교수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교사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인원수가 적은 교실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이라 학생 수가 많은 학급의 경우에는 적용이 어렵다.
의사소통 교수법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교수법이다. 영국의 언어학자들이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언어 학습은 단순한 구조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이 숙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소통 교수법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 교육의 변화도 한몫했다. 유럽 국가 간의 유대관계가 형성되면서 상호 이해를 위해 외국어 교육이 필수적이었고, 그렇다 보니 문법보다는 의사 전달 능력이 우선시된 것이다. 교실에서도 실제 사용하는 언어 중심으로 지도가 이루어지고 실생활에서 쓰이는 짧은 대화를 중심으로 상황을 제시해 준다. 교사가 먼저 시범을 보인 후에 학습자들이 모방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한다. 또한 학생의 경험과 관련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수업내용을 구성한다.
의사소통 교수법은 학습자 중심의 방법론이며, 교수법과 교수요목 개발에 큰 몫을 했다. 수업 설계나 방법에 있어서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외국어를 처음 접하는 초보학습자들에게는 실생활 언어를 중심으로 하는 교수법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반복학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감이 덜어지거나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전신반응 교수법
신체적 활동을 통해 언어를 지도한 캘리포니아 San Jose 주립대학 교수인 James Asher 에 의해 창안된 교수법이다. 성인의 언어 학습 과정에도 어린이의 모국어 습득 과정이 유사하게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에게는 "하지 마, 이리 와, 얼른 먹어야지"처럼 주로 명령어로 발화를 하게 된다. 이때 어린이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반응을 나타낸다. 따라서 성인 학습자들도 이러한 모국어 습득 과정을 거쳐야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시간 배운 표현들은 복습하면서 학습자들이 그 명령을 행동하도록 한다. 명령어를 익힌 후에 새로운 어휘들을 첨가해서 말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전신반응 교수법도 다른 교수법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으로는 초기 학습자에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수업 진행 속도가 빠르고 명령어를 통해 즉각 행동함으로써 학습자들이 언어 학습에 재미를 붙일 수가 있다. 성취감을 바로 맛봄으로써 언어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신체 놀이는 수업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반면에 수업 분위기가 너무 자유롭다 보니 학습자들의 장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학습자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추상적 어휘의 지도는 하기가 어렵다.
자연 교수법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페인어 교사인 Tracy Terrell이 처음 제안한 교수법이다. 자연적인 발달 단계에 따라 언어를 단계적으로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 교수법은 제2언어 습득은 경험에 이루어진다는 근거를 가지고 광범위하고 다양한 언어 습득 환경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언어학자들에게 지지를 받아왔다. 자연 교수법은 교수 기법과 활동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말한 전신반응 교수법, 의사소통 교수법 등도 광범위하게 활용할 것을 제시한다. 자연교수법의 장점은 유의미한 의사소통을 강조하기 때문에 제2언어 습득을 위한 교실 환경이 조성된다. 초기 학습에는 다른 교수법등을 사용하고, 학습자가 새로운 언어에 적응하기까지의 어느 정도 기간을 둠으로써 학습자의 언어 자아를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학습자가 스스로 발화할 때까지 침묵 기간이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한이 있다. 이 교수법의 배경 이론들에 대한 가설 입증이 불가능하고 목표어에 유창한 교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선의 한국어 교수법
다양한 교수법의 원리와 방법, 장단점등을 살펴보았다. 각 교수법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살펴보고 학생들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게 하는 것이 언어학습의 최종 목표이다. 문법적 지식보다는 실제 언어 상황 속에서 자연스러운 발화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의 4가지 기능을 골고루 통합하여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어는 문법적 특징이 많은 언어이기 때문에 문법 교육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성인 학습자의 경우에는 체계적인 문법 교육을 통해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언어를 배울 때 그 나라의 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문화를 이해해야 그 나라의 언어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 교육은 언어 학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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